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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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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가슴에서 영원히 샘솟는 희망이여,

                            이 축복에서 제외된 인간은 없느니.”

                                     알렉산더 포프 (1688-1744)


     대통령 선거가 끝나 새로운 대통령이 결정되면서 그동안 선거운동에 따른 흥분과 소음은 승자들의 기쁨의 환호성과 패자들의 가슴 아픈 침묵 속에 묻혀버렸으며, 새해가 밝아오면서 사람들도 정치라는 독한 술기운에서 서서히 깨어나 일상의 냉정을 되찾게 되었다.  편을 갈라 제각기 자기 팀을 죽어라 응원하던 사람들이 경기가 끝나자 기진맥진하여 제각기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돌아가 푹 쉬고 있는 형상이다. 경기는 확실히 볼만했다. 그리고 어떤 폭력행위나 공정하지 못한 심판에 의하여 불상사가 전혀 없었던 참으로 깨끗한 한판이었다.

     이 큰 경기의 결과 이명박 씨가 승자로 대통령이 되었으며 그는 앞으로 오년간 이 나라를 이끌게 되었다. 현재 대통령 당선인 신분인 그는 자신의 성공에 크게 고무된 듯 보이며 대통령으로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어 보인다.  그는 선거운동 중에 약속한대로 이 나라의 경제를 획기적으로 일으켜 모든 국민들이 더 행복하게 잘 사는 선진 국가를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전에도 그의 선임자들로부터 자주 들어본 적이 있고 번번이 실망하고 속아 넘어간 소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지치지 않고 기꺼이 불신의 의심을 접어두고 그에게 또 한 번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명박 씨에게는 분명 그의 선임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그의 경력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거대한 재벌 그룹의 하나인 현대건설의 사장을 지낸 사람이다. 항일 독립운동가도 아니고, 군인도 아니고, 민주투사도 아닌 돈 버는 것이 목적인 기업의 사장이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는 회사의 말단 사원으로 입사하여 남다른 노력과 부지런함, 그리고 뛰어난 사업 수완을 발휘하여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끝에 젊은 나이에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오르는 신화를 창조한 사람이다.

     성공적인 기업 경영인으로서 벌어드린 적지 않은 자금과 경력을 가지고 그는 정치에 뛰어들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시장으로 당선되었으며,  그는 시장으로 그의 행정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그는 과거의 어는 시장도  감히 손을 대지 못한 고질적인 서울시의 대중 교통망에 손을 대어 이것을 능률적으로 혁신하였으며, 시장 선거공약대로 사라진 청계천을 여봐란 듯이 복원하여 서울 시민들로부터는 물론 전 국민들의 찬사와 관심을 받게 되었다. 복개된 지도 이미 수십 년이 지나 그 이름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던 이 개울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겠다는 그의 선거공약은 실제로 이 새로 살아난 개울의 모습을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나 거의 실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었었다. 이처럼 서울시장으로서의 그의 업적과 능력, 거기에 그의 입지전적인 사업 경영인으로서의 성공적인 경력은 재산형성에 따른 개인 이명박 씨에게 제기된 여러 가지 불미하고 불리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국민들로 하여금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자로 이 사람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이제부터의 문제와 흥미는 대기업의 성공적인 경영자가, 좀 더 쉽게 말해서 회사 사장 출신의 대통령이, 작게는 나라의 경제를 일으키고, 크게는 국가 전체를 이끄는 지도자로서도  성공할 것이냐 하는 데 있다. 결론부터 말해서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성공적인 회사 사장이 대통령으로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은 "철학자-왕" (Philosopher-King) 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왕이라고 주장한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주장만큼이나 순진하고 허황된 생각이다. 그런 생각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경제학 교수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의 경제가 더 발전하고, 판사 출신의 대통령이 나오면 나라가 보다 깨끗해지며 국민들이 모두 법을 존중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만큼이나 근거 없는 기대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이정도의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된 것은 군인 출신의 대통령 밑에서였고, 반면에 민주투사로서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분들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지극히 비민주적인 대통령으로 변하여  우리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하였으며 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성공적인 기업 경영자가 성공적인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가 선거 공약으로 야심차게 내어놓은 한반도 운하계획 하나만 보자. 이미 생각지도 않은 거센 반대에 직면해 있다. 영어교육은 어떤가? 정부기구 축소문제는?  하나같이 좋은 의도로 내놓은 계획이 지만 그 실현이 말처럼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요 간단한 일도 아니다. 대통령 당선자 앞에 놓여있는 길은 장밋빛으로 물든 평화롭고 아늑한 산책로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사건과 사고가 숨겨져 언제 폭발할지 모를 지뢰밭과도 같은 것이다. 숭례문 방화사건이 당선자 취임 직후에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라. 주식시장이 하루밤새 폭락하였다고 가정해 보라. 국제 유가가 걷잡을 수 없는 정도로 폭등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상상도 못한 천재지변이 발생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경우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이겠는가? 비난과 저주를 감수하는 방법 이외에는 별로 없다. 당선자 이전의 선임 대통령들을 하나같이 인기 없게 만들었고 무능하게 보이도록 만든 요소와 요인들이 새로운 경력의 대통령이 나왔다고 해서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독재국가가 아닌 민주국가에서는 대통령령이 아무리 유능하고 자신만만하다 하더라도 그는 결코 요술쟁이나 기적을 만드는 사람은 될 수 없다. 더 좀 심하게 말한다면 대통령이라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5년이란 임기는 참으로 짧은 시간이다), 쓸 수 있는 자원과 자금이 제한되어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본성 때문이다. 좋은 말, 선의의 약속, 고귀한 이상은 말 하기는 쉬워도 법과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어야만 한다는 대전제가 지도자의 의지에 우선하는 민주국가에서는 실현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민주국가에서 성공적인 대통령을 만드는 요인과 요소들은 예술가로 하여금 좋은 작품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들만큼이나 그 형체가 불분명하고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지식, 기술, 경험 등은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주국가에서 진정한 리더십은 그 이상을 요구한다. 어쩌면 한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지도 모른다. 지혜, 용기, 언변, 판단력, 친화력, 설득력, 등 그 어느 것 하나 없어서도 안 된다. 여기에 필수적으로 주어져야만 하는 또 하나의 필수불가결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진정한 의미와 축하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일으킬 유능한 기업인 출신의 대통령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이번 선거를 통하여 다시 또 한 번 평화로운 정권교체의 전통을 확인하였고 그 고귀한 전통을 다지고 굳혔다는 데서 찾아야만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시끄러웠던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질 리도 없을 것이며, 본시 지극히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인간의 본성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며, 착한 사람은 착한 일, 나쁜 사람은 나쁜 일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오년마다 청와대에 새로운 사람이 주인이 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과 신뢰 속에 사는 한 우리는 아무리 무능한 대통령이라도 항상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참고 견디어 낼 것이다. 인간은 희망과 기대의 동물이다.

     우리는 희망과 기대를 가져도 좋을 만큼  그 토대는 이미 마련하여 놓았다. 우리가 지금까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천신만고 끝에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이루고 달성한 것을 한번 따져보자. 우리는 엄연히 만사에 법이 우선하는 법치국가에 살고 있으며 누구나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법에 호소할 길이 열려있다.  우리를 지배하는 지배자를 합법적으로 교체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민주국가를 이루었다. 인권은 존중되며, 언론은 자유를 누리는 사회다. 우리에게는 언제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고,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고, 보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우리는 이 지구상에서 부유하고, 누구나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나다니고 싶으면 언제나 나다닐 수 이있는 안전한 치안상태와 튼튼하고 막강한 국방력을 가진 소수의 나라들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가 현 단계에서 가지고 있는 제도나 누리는 혜택이 불완전하고 유감스러운 점이 많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한시도 이미 우리가 이루어 놓은 이 엄청난 업적을 잊어서도 안 될 것이며 소홀이 해서도 안 될 것이다. 마땅히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다. 뜨겁게 감사해야만 할 것이다.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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