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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 (서울사대부고 제12회 졸업 50주년 기념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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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조문제 선생님, 이헌재 선생님, 그리고 서울 사대부고 12회 동창 여러분, 우리는 오늘 졸업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이처럼 모두 모였습니다. 이런 뜻 깊은 자리에 존경하는 우리의 옛 스승님을 모시고 이처럼 성대한 자축연을 갖게 된 것을 우리는 함께 기뻐하고, 감사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가 마련되기까지 소리 없이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애써주고 협조하여주신 동문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53년 전 우리는 모두 청운의 큰 뜻을 가슴에 품고 천하의 영재들이 모이는 서울사대부고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입학의 영광을 안게 되었고, 그날부터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교문을 드나들었으며, 같은 선생님들 밑에서 함께 공부하였고, 조회 때 마다 “흘러서 끝이 없는 한강의 물과 언제나 푸르 높은 북한의 하늘”로 시작하는 교가를 함께 불렀으며, 삼년 후 “빛나는 졸업장”을 안고 교문을 나섰습니다. 결코 작지 않은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업 후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제각기 자기의 바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어느 듯 5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세상은 참으로 많이 변했습니다. 우리도 많이 변했습니다. 검은 머리는 어느덧 백발이 다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몸이 불편하여 오늘 이 자리에 나오지 못한 친구들도 여럿 있습니다. 슬프게도 이미 적지 않은 친구들이 유명을 달리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 이 시간에, 이처럼 다시 모였습니다. 해외에서도 많은 친구들이 -미국에서, 캐나다에서, 호주에서, 스페인에서- 불원천리, 어려운 여건을 무릅쓰고 이 자리에 참석하였습니다. 해외에서 오신 동창 여러분, 참으로 먼 길을 오셨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뜨겁게 환영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잠시나마 이 자리에서 옛날로 돌아가 봅니다. 을지로 5가 우중충했던 붉은 벽돌 건물이 떠오릅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학창시절은 결코 즐거운 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어렵고 고달픈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공부는 너무 어려웠고, 책가방은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당시 대부분 우리들은 가난하였고 배도 고팠습니다. 겨울에는 너무 추웠고 여름에는 너무 더웠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일은 우리가 그 어려움을 몰랐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젊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젊음은 그 자체가 바로 즐거움이었습니다. 젊음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이었습니다. 희망이었습니다. 낭만이었습니다. 사랑이었습니다.  
  
        이제 그 젊음은 가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슬퍼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누가 무어라 해도 모두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입니다. 역경을 딛고 일어나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자기 나름대로의 보람 있는 삶을 되돌아보며 자부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입니다. 큰 걱정이나 욕심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죽지 않고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들입니다. 우리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이 이제 우리에게도 황혼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황혼의 저녁 빛 속에는 젊은 시절의 정열이나 투지는 찾아보기 어렵겠으나 그 속에는 분명 평화와 위안과 휴식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가  스탠드에서 경기를 즐기는 관중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선수로서 누리던 영광은 이제 누릴 수 없게 되었지만 경기의 흥미와 재미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이 구경꾼으로서의 삶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습니다. 진실로 의미 있는 삶은 오히려 타율적인 의무로부터 해방된 다음에 찾아오는 이 한가로움 속에서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 합니다. 우리는 지금 바로 이런 축복받은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여 주신 이헌재, 조문제 스승님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내내 건강하시어 오래 오래 우리 곁에 있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동창 여러분, 오늘 이자리가, 이 시간이, 두고두고 우리의 기억 속에 즐겁고 뜻있는 추억으로 남아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자리가 마련되기까지 소리 없이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애써주고 협조하여주신 동문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5월 3일)
                                                                                                         동창회장 이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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