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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지 않는 그림 좋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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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일 전, 아침, 나는 항상 그랬듯이 배달된 신문을 (조선일보, 7월 14일) 식탁 위에 펼쳐놓고 뉴스의 제목들을 대강 대강 훑어내려 가고 있었다. 우연히 나의 시선은 문화면의 한 조그만 기사 위에서 멈추었다. 기사 내용은 지난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있었던 한 미술품 경매에 관한 것이었다. 흥미롭게도 거래되었다는 미술품의 사진을 보니 나도 평소 잘 알고 있는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 (1863-1944)의 <절규>라는 그림이었다. 문제는 이 그림이 팔려나간 가격이었다. 나는 잠시 벌려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놀라지 말라. 아니, 놀라 자빠질 준비를 하라. 나의 눈에는 별로 아름답지도, 사랑스럽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은 이 그림이, 또 이 세상에 단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뭉크가 그린 네 개의 같은 제목의 그림 가운데 하나인 이 그림이, 이번 경매에서 미국의 억만장자이며 미술품 수집가인 리언 블랙이란 사람에 의하여 1억2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여 약 1350억 원에 낙찰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액수는 단일 미술품의 경우 소더비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절규>라는 제목부터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이 웃기는(?) 그림이 바야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그림이 되었다는 말이다.

     당신도 아마 뭉크의 이 <절규>라는 그림을 어디서인가 본적이 있을 것이다. 난간이 있는 다리 위에 한 남자가 당신을 향해 서 있다. 그는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감싸고 있다. 그의 입은 크게 벌어져 있고, 크게 뜬 퀭한 두 눈은 이 사람이 겁에 질려 있고 무엇인가를 크게 두려워하는 모양이다. 얼굴은 산 사람의 얼굴이라기보다는 죽은 사람의 해골 같다. 때는 해가 막 넘어가는 저녁임이 분명한데 석양에 붉게 물든 하늘은 아름답다거나 평화스럽다거나 장엄한 풍경이라기보다는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색과 노란색이 지배하는 살벌한 저녁풍경으로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불길한 예감도 든다. 섬뜩하기조차도 하다.

     또 이 그림 어느 곳에도 이 다리에 서있는 남자로 하여금 <절규>를 하게 만드는 어떤 요소도 발견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이 사람을 그처럼 두렵게 만들거나 위협하는 어떤 물체도 요인도 없다. 다리 위에는 이 사람과 멀리 떨어진 곳에 평화롭게 산책을 하는 듯 보이는 두 남자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소음을 내면서 지나가는 자동차나 기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굉음을 내면서 하늘을 낮게 나는 비행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리 위의 이 사람은 무엇인가 두려운 소리 (절규)를 듣고 (또는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고 있는 듯하다. 어디서 나는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일까? 이 사람은 당신이나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듣지 못하는 어떤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일까? 혹시 정신적으로 어떻게 된 사람 아닌가?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일까? 화가 뭉크 자신인가?

     내가 이 <절규>라는 제목의 그림을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 한구석에 조그맣게 실린 흑백사진으로였다. 그 후 이런 저런 그림책에서 컬러사진으로 보아왔다. 처음부터 좀 이상스런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어째서 이런 그림이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그림일까, 이 그림 어디가 잘 된 것인가, 도대체 이 그림이 의도하는 것은 무엇인가, - 등등의 호기심 내지 의구심을 가지고 보아왔다. 결코 즐거움을 느끼거나 감탄을 해본 적은 없었다. 이 그림에 대한 이런 나의 인상은 그 후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은 채로 내려왔으며, 2009년 9월 어느 날 내가 관광객으로 노르웨이의 수도요, 화가 뭉크의 고향인 오슬로에 있는 뭉크미술관에서 이 <절규>의 원본 하나를 직접 보고나서도 크게 호의적인 방향으로 변하거나 향상되지 않았다. 언제나 <절규>는 나에게 있어서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항상 누군가의 해설이나, 조언 또는 비평이 필요한 “어려운” 그림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나도 이 그림이 꽤나 유명한 그림이란 사실은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고 또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2012년 4월 23일 자)에서 뭉크의 이 <절규>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 리자>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명한” 그림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또 한 번 몽둥이로 머리를 세차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믿을 수 없었다. 믿어지지 않았다. 아니 이 세상의 그 많은, 그 좋은, 그 아름다운, 그 사랑스러운, 감동을 주는 그림들 가운데서 어떻게, 어째서, 하필이면, 이 그림이 그처럼 비싸고, 거기다가 그처럼 유명하단 말인가? 도대체 그 기준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나는 쉽게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이 그림을 그처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틀렸거나 둘 중에 하나다.  

     지금까지 나는 뭉크의 <절규> 뿐만 아니라 첫눈에 나의 마음에 들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 모든 어려운 그림들을 간단히 “괴상한 것” 또는 “이상한 것”들로 치부하여 일말의 부담감이나 재고의 여지없이 무시하여 버리고는 태평스럽게 살아왔다. 나는 나의 심미적 소양과 안목의 정당함을 확신했다. 그런데 이제 이 <절규> 앞에서 나는 지금까지 내가 누려온 자신감이 흔들리고 있음을 느낀다. 아무래도 내가 틀린 것 같다. 지금까지 견지하여 온 나의 미술품에 대한 고정관념이 잘못된 것 같다. 내가 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들에 대하여 그동안 내가 너무 오만했거나, 아니면 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에 있어서 너무 게을렀던 것 같다. 이런 작품들에 대한 나의 오만과 편견이 너무 심했던 것만 같다. 아무래도 내가 반성하고 변해야만 하겠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까지 내가 무시해 온 -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값나가고 동시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명하다는 이 뭉크의 <절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야만 되겠다.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속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에 그처럼 값나가고 유명해지지 않았겠는가?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 세상에서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것이 인기 또는 명성이라는 것이다. 특히 예술가와 예술작품의 경우는 더 두드러진다. 그것은 꼭 바람과도 같이 종잡을 수 없고,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 하다. 당신이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존경하지도 않는 어느 정치인의 인기와도 같이 이 예술작품의 명성이라는 것도 당신의 조롱이나 비웃음, 무시, 경멸에 아랑곳하지 않고 쑥쑥 크고 무성하게 자라나는 거대한 나무 같은 것이다. 이 명성이란 식물은 당신의 조롱, 오해, 경멸을 이겨내고 결국에는 성공하고 승리하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운명처럼 이 예술작품의 운명도 예견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미스터리’다. 수수께끼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나는 원본 크기의 <절규> 그림을 하나 가지고 있다. 내가 몇 년 전 북유럽 관광여행 당시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있는 뭉크 미술관 기념품 상점에 서 산 복사본이다. 뭉크의 <절규>를 보고나서 기념품 상점에 들려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이 그림이 눈에 띄었다. 나는 우선 반가웠다. 나는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꽤나 많은 액수를 주고 이 들고 다니기에 거추장스런 그림을 사고 말았다. 어째서 그 때 내가 이 그림을 사고 말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동안 이 그림은 처음 샀을 당시 케이스에 들어있는 채로 지금까지 다락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이 그림을 꺼내 책상 정면 벽에 기대어 놓았다. 그동안 계속해서 바라보다 보니 이제는 아주 친숙해졌다. 처음 이 그림을 대하였을 때의 그 의아함이나 낯설음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때때로 이 그림이 그런대로 아름답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내가 이 그림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 분명하다. 자주 보다보니 사랑이 생겨난 모양이다. 나는 이 그림을 내가 잘 아는 표구사에게 가져가 알맞은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 놓고 매일 틈틈이 바라다볼 작정이다. 백문불여일견 (白問不如一見)이라 - 한번 보는 것이 백번 물어보는 것보다 낫다다는 옛말도 있지 않던가?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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